아이가 초등학교 때만 해도 대화가 잘 통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문을 닫아걸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뭘 하냐고 물으면 “아무것도 아니에요”라고 짧게 답하고, 얼굴을 마주쳐도 대화가 길어지지 않는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뭐라도 조언하려 하면 “알아서 할게요”라는 말이 돌아온다. 사춘기 아들을 둔 엄마라면 이 상황이 낯설지 않을 거다.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다들 이렇게 겪는 걸까?
사춘기는 부모에게도 터널 같은 시기다. 어릴 땐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벽이 생긴 느낌. 그렇다고 마냥 무너지기만 할 수는 없다. 엄마로서 어떻게든 소통하고 싶지만, 방법이 막막할 때가 많다. 그래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사춘기 아들을 둔 40대 엄마의 마음은 매일 출렁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아이를 이해하고 싶은 간절함이 담겨 있다.
엄마도 처음 겪는 사춘기
사춘기라는 단어만 들어도 ‘질풍노도’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보이며, 때론 엉뚱한 논리로 부모를 당황하게 만든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우리도 한때 사춘기를 겪었다. 하지만 부모의 입장이 되어 보니, 그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 몰려온다. ‘내가 저랬을까?’ 하는 의문도 들고,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도 깊어진다.
문제는 사춘기라는 시기를 엄마도 처음 겪는다는 점이다. 물론 ‘엄마’라는 역할을 해온 지는 오래됐지만,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는 처음이니까.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매일 새로운 감정과 마주한다. 아이의 변화에 맞춰 엄마도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지만, 감정이 따라가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예전처럼 다정하게 말하던 아이가 퉁명스러워질 때, 괜히 서운함이 몰려온다. 그럴 때마다 ‘나만 이런 걸까?’ 싶어 외로워지기도 한다.
사춘기 아들의 뇌는 ‘공사 중’
과학적으로 보면, 사춘기 아이들의 뇌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이 덜 발달해서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리기 쉽다. 그러니 어른 입장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일에도 욱하고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뭐 배웠어?”라는 단순한 질문에도 짜증을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엄마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지금 내 아이의 뇌는 공사 중’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덜 억울할지도 모른다. 아이의 말투나 반응이 날카로워 보여도, 그 속에 ‘나를 신경 쓰지 마세요’라는 메시지가 담긴 게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아이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도 벅찬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거리 두기가 필요할 때도 있다
‘엄마니까 다 알아야 해’라는 생각은 오히려 아이를 더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 사춘기 아들은 자신만의 영역을 필요로 한다. 이때 엄마가 지나치게 간섭하면, 반발심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 우리도 누군가가 ‘너 요즘 왜 그래?’라고 집요하게 물으면 답하기 싫지 않은가. 아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완전히 손을 놓으라는 뜻은 아니다. 적당한 거리 두기는 필수다. 아이가 힘들어할 때, 언제든 다가갈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강요하지 않고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화의 방법도 바꿔야 한다. 정답을 주는 대신, 아이가 말할 기회를 주는 게 먼저다.
사춘기는 지나간다.
많은 부모들이 “사춘기는 결국 지나간다”는 말을 듣곤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떻게 지나가느냐’다. 어차피 겪어야 할 시기라면,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사춘기를 겪는 동안, 엄마도 성장한다. 아이를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된다. ‘엄마니까 당연히 참아야 해’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내 감정도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때로는 서툴러도 괜찮다. 중요한 건 아이를 향한 관심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춘기 아들과의 관계는 어쩌면 오랜 여행과도 같다.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함께 가고 있다’는 사실 아닐까? 언젠가 아이가 문을 열고 먼저 다가올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까지는 한 걸음 물러서서, 아이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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